“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런 말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냐? 좀 더 부드럽게 거절할 수도 있는 거잖아. 몇 번째야?”
파리처럼 왱알거리는 김독자의 잔소리가 유중혁의 귀를 찰지게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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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혁, 멸살 고등학교의 킹왕짱 와꾸를 가진 아싸였다. 왜 아싸냐고? 자기가 다른 애들을 밀어내니까! 세상에는 여러 아싸가 존재했다. 유중혁처럼 개잘났는데도 다른 사람들을 차단하고 사는 아싸, 김독자처럼 별 볼 일 없지만 다른 사람들을 차단하고 사는 오타쿠적인 아싸… 그래, 설명하다 보니 두 가지의 아싸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쨌든 세상에는 여러 아싸가 존재했다. 유중혁같은 경우에는 지가 잘난 만큼 진입 장벽도 존나게 높아서, 상대하기 편한 인간은 아니었다. 김독자는 툭하면 대화 주제를 그걸 내켜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예를 들면 멸살법-로 잡아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한수영은 그나마 사람들도 두루두루 사귀고 다니는 유일한 일반인이었으나 이미 유중혁과 김독자와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일반인이 아니었다-김독자는 이것을 매우 강조하며 한수영을 몰아붙였으나 한수영은 전혀 수긍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한수영은 야, 저렇게 말 걸어도 무시하는 유중혁이랑 지 할 말만 하는 김독자랑 어떻게 어울리냐, 하고 누군가가 물어온다면 걔들은 원래 그런 애들이었으니까 무시하면 됨 ㅇㅇ. 이라며 불어오는 추문을 가볍게 밀어내었다.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면 안 피곤해? 한수영은 말을 말기로 했다.
멸살 고등학교 2학년 2반 6번 김독자, 19번 유중혁. 그들의 각별한 사이는 전교에 널리 퍼져 있었다. 각각 전교 1등과 3등인데 둘 다 좀 이상했다. 한 놈은 사람 밀고 한 놈은 미는 게 아니라 지 할 말만 한다. 또 이상한 게 흔한 클리셰인 3등이 절친 1등과 2등을 살해해 1등을 쟁취한다든지 그런 게 아니라 둘 다 노는 것처럼 보였는데도 항상 성적은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항상 같이 붙어 핸드폰만 하염없이 보는데 이게 또 생각해야 할 게 뭐냐면 둘 다 아싸라는 것이었다. 아싸 속의 아싸, 유중혁! 아싸 속의 인싸, 김독자! 그러나 멸살법 파는 애가 없어서 그냥 아싸다! 멸살고부터가 아닌 멸살중부터 시작된 그들의 특별한 인연은 정말로, 누구도 모르지 않을 만큼 가십거리가 되곤 했다. 한수영 또한 멸살중을 나왔대도 그들만큼 찰싹 붙어있진 않아 구설수에 쉬이 오르진 않았다. 그러나 전교 2등! 완벽 브레인! 한수영 님이시다! 이미 털털한 성격으로 멸살고 내 팬들도 여럿이었다.
이러한 한수영이 한 번 시끄러운 입담에 오른 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늦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유중혁이 한수영을 앉혀놓고 심각한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머리가 꽃밭으로 그득한 다른 이들이 보기에 밀회라도 하는 듯 했다, 하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그것의 내용은 살아감에 있어서 거절만 해왔던 유중혁의 어울리지도 않는 연애 상담이었는데 한수영은 환장할 지경이었다. 야, 이런 얘기를 왜 나한테 해? 생각해보니 김독자 외에 같이 다니는 사람이 저밖에 없는 탓이었다. 분개하며 의자를 밀치고 어정쩡히 일어난 한수영이 가만히 의자를 끌어와 유중혁을 바라보았다. 뭔데? 불쌍히도 소문에 끌려다닐 자신의 운명을 직시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유중혁은 자신의 이야기를 돌려 말할 인물이 되지 않는 까닭에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한수영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나, 김독자가 좋다.” 지나가던 모브 1이 ‘나, ~~가 좋다.’만 들어 그 소문은 더욱 퍼지게 된다. 일단 소문에 대해선 내려놓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마시던 알로에 주스를 뿜은 한수영은 뒷수습은커녕 유중혁의 양어깨를 잡고 탈탈 털기에 어이없다는 듯 크게 눈 뜬 한수영의 표정을 바라보는 유중혁의 아연한 눈빛은 저도 이렇게 이상한 애에게 빠질 줄 몰랐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했다.
김독자의 성향에 대해 이래저래 잘 알던 둘은 망했음을 깨달았다. 걔는 자기 좋아하는 거 숨김없이 좋아하지 않냐, 너보다 더. 아, 그래서 노답인 애를 왜 좋아해서 이 지랄인데! 그러나 유중혁의 담담한 눈빛으로 한수영은 한숨을 쉬며 고민을 접수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당탕탕 엉터리 김독자를 꼬셔라 작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부제, 멍청한 김독자, 가랑비에 젖듯 유중혁의 매력에 푹 빠져라!
…
“야, 유중혁, 조금 더 신경 써줄 수는 없냐니까?”
“너 신경 쓰기도 바쁘다.”
“왜 니가 날 신경 써?”
그러나 그들의 투닥거림은 이미 일상에 가까웠다. 우당탕탕 엉터리 김독자 꼬시기 대작전이 펼쳐진 지 어연 한 달이 다 되어갔음에도 진척은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기대했던 반응의 반대를 보이니 슬슬 미칠 지경이었다.
보통 이렇게 둘이 싸우면 한수영이 중재하는 역할이었는데, 불행히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것처럼 한수영이 둘을 밀어내려 해도 저 없이는 둘의 관계 회복은 불가능에 가까운 터라 한수영은 억지로 아싸팟에 낄 수밖에 없었다. 야, 괜찮아, 세 명 모이면 메이져랬다. 알 수 없는 말 하지 말랬지, 김독자. 딱밤까지 쥐어박은 손이 얼얼하다. 한수영은 유중혁에게 시선을 보냈다. 또 뭔 짓 했기에 이래? 유중혁은 그 시선을 무시했다. 아니, 뭔데 이래.
“그래서 또 뭔데?”
“아니, 이번에도 얘 또 좋다고 고백하는 애 찼다. 이것까진 괜찮은데 뭐라고 한 줄 알아?”
진중한 표정을 지은 김독자가 어깨를 쭉 피며 싸늘한 눈빛으로 한수영을 본다.
“싫다. 내가 왜 너와 사귀지 않으면 안 되지?”
으! 김독자는 몸을 떨었다. 얘가 이렇게 막무가내라니까요. 그래, 너 잘났다! 김독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유중혁에게 사귀자며 들러붙는 것들을 굳이 매정히 뿌리치는 유중혁을 이해할 수 없는 듯 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부드럽게 미안하다. 라는 말도 못해? 유중혁의 등을 내리친 김독자가 유중혁의 싸늘한 시선을 무시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멍청아, 널 좋아하니까 저러는 거 아냐… 진짜 모르는 거냐?
“너 정말 몰라서 그러냐?”
한수영이 김독자를 다그쳤다. 내가 왜 뭘 알아야 하는데? 아, 유중혁 잘난 거? 입술을 내밀어 불퉁한 표정을 지은 김독자에 한수영은 미칠 지경이었다. 쟤 표정 좀 보고 말해라, 김독자. 그 말에 김독자의 얼굴이 천천히 유중혁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김독자.”
왜인지는 몰라도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김독자를 바라보는 유중혁의 눈빛이 분노에 걸쳐 아슬아슬히 빛나고 있었다. 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래? 빠르게 한수영 뒤로 숨은 김독자가 몸을 쭈그렸다. 유중혁이 비로소 한수영과 눈을 맞추었다. 시발, 그래, 이런 성가신 건 다 내 몫이지! 왜 이딴 애들한테 껴서 이상한 소문과 더불어 도와야 하냐고.
“얘 와꾸 그래도 괜찮지 않냐. 이렇게 잘생긴 애 찾기도 힘들다, 김독자.”
“성격은 개 그지같아도 얼굴로 봐주자.”
김독자를 달래는 한수영의 목소리가 체념에 젖어들었다. 여러 의미로 지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 쟤 얼굴은 반반하긴 하지… 근데 왜… 왜 저렇게 자기 잘난 거 자랑하는 거야? 김독자의 얼굴이 아이 손에 들어간 색종이마냥 사정없이 구겨졌다. 유중혁의 매력에 가랑비 젖듯은 무슨, 이 작전으로 더 싫어하게 될 판인데? 아직도 한수영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유중혁의 시선에 한수영은 길게 한숨을 내뺐다.
“아, 됐고. 요 앞에 벚꽃 축제 하던데… 시발… 우리 셋이… 같이… 가자.”
니가 하면 될 거 아냐. 유중혁을 쏘아 본 한수영이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의 도움은 주지 않겠다는 듯이. 분명 유중혁이 저딴 말을 하면 자기가 알던 유중혁이 아니라며 더 밀어낼 게 뻔했다. 한수영이 무관심하게 턱을 괴자 김독자가 눈썹을 위아래로 으쓱였다.
“커플 사이에 내가 낄 수는 없지. 나 사이에 두고 그러지나 마라~”
“시발! 누구랑 누가? 악!”
“김독자!”
거의 동시에 내뱉어진 말들에 김독자의 몸이 다시금 움츠러졌다. 뭐야, 아니야? 시발, 당연히 아니지. 소문도 있고~ 요즘따라 한수영이 유중혁 칭찬만 하는 것도 이상하고~ 유중혁이 한수영한테 보내는 시선이나~ 김독자가 눈을 크게 떴다.
“나 빼고 둘이 사귀는 거 티 내냐? 치사한 놈들.”
“아니라니까 시발, 내가 이런 미친 놈을 좋아할 리가 있냐.”
“김독자, 아니다. 절대.”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
“뭔 소리야, 김독자!! 내가 쟤 좋아하면 손목을 자르고 만다!”
“나도 주옥같은 내 얼굴을 걸고 맹세하도록 하지.”
김독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벚꽃 놀이는 같이 가줄 테니까 그러지들 마라~ 인심 쓰듯 말을 내뱉은 김독자가 고개를 돌려 스마트폰을 켰다. 둘의 시선이 얽혔다. 어찌어찌 끌어들이긴 했는데 이상한 오해가 생겨버렸다. 무심한 김독자의 옆얼굴을 응시하던 유중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야, 나보고 뭐 어쩌라고. 한수영의 속은 타들어가기만 했다. 난 니네 보모가 아니라고 했지. 속에서 바득바득 이를 갈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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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벚꽃 놀이의 날이 밝아왔다. 학교 교문에 나란히 선 김독자와 유중혁은 아직까지도 한수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얘는 왜이렇게 안 와. 김독자는 철장에 몸을 기대며 하품을 내쉬었다. 멸살법 다시 정독해야 하는데. 간단히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은 김독자가 폰을 만지작거렸다.
[오늘 못 감.]
때마침 도착한 한수영의 메시지가 김독자의 화면에 떴다. 약속 시간까지 10분 남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빠지는 게 어디있어! 김독자가 억울히 핸드폰을 흔들었다.
“허, 말한 건 지면서 지만 쏙 빠지냐! 유중혁, 니 애인 없댄다. 나 빠진다?”
신경질적으로 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은 김독자가 팔뚝으로 유중혁을 툭 쳤다. 유중혁은 원래 그런 시나리오로 짜여진 우당탕탕 엉터리 김독자 꼬시기 작전은 한치도 모른 채 아까운 시간 낭비했다며 고래고래 외치는 김독자를 옆구리에 끼고 벚꽃 사이를 질질 활보하기 시작했다. 야, 놔! 놓으라고! 흐물거리는 오징어의 움직임에 유중혁이 타격을 받을 리가 없었지만 김독자는 여전히 온갖 제가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을 흐느적거리며 반항하는 중이었다.
벚꽃이 활짝 펼쳐진 벚꽃 거리에는 망할 사람들의 붐빔이 심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한쪽 손에는 돗자리와 도시락이 든 가방을 한쪽 손에는 김독자를 든 유중혁이 눈을 돌려 자리를 찾았다. 구석인데 괜찮나, 김독자. 유중혁이 발악으로 인해 힘이 쭉 빠져 오징어처럼 늘어진 김독자를 흔들었다. 시발… 그냥 아무 데나 앉아… 유중혁은 따뜻한 햇살을 받아 빠삭히 구운 오징어가 될 것만 같은 비실 김독자를 빠르게 그늘로 옮겼다.
유중혁의 가방에서 물을 찾아 꺼내 마신 김독자가 유중혁의 탄탄한 허벅지 위에 한가로이 늘어졌다. 어쩌면 나온 게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을 해버렸어… 중얼거리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낸 유중혁이 가방에서 아주 예쁘게 자신의 소신껏 잘 만든 샌드위치를 김독자에게 물려주며 천천히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벚꽃이 예쁘니까 벚꽃으로 간다! 유중혁, 김독자랑 벚꽃 보면서 고백해라.” 은밀히 우당탕탕 엉터리 김독자 꼬시기 작전을 결행한 결과 김독자가 유중혁 네게 관심이 1도 없으니 그냥 밀고 나가자는 마지막 수단이 바로 고백하기였는데, 딱 봄이니까 괜찮지 않느냐 싶은 것이 벚꽃 고백이었다지 뭐냐. 벚꽃이 예쁘긴 개뿔, 제 눈에 제일 예뻐 보이는 게 이 멍청한 김독자였으니 유중혁은 돌고 한 서너 번 정도는 더 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 벚꽃 더럽게 떨어지네. 에퉤퉤!”
입 벌리며 크게 숨을 내쉬다가 그곳에 안착한 벚꽃잎을 뱉어낸 김독자가 몸을 뒤집었다. 그래… 어쩌면 시원한 공기도 좋긴 좋지… 유중혁의 아래서 내내 노곤노곤히 중얼거리던 김독자는 곧 잠에 빠져든 듯 새근거렸다. 내내 사납게 유지했던 유중혁의 눈매가 일순 풀어졌다.
가랑비에 젖듯 유중혁의 매력에 푹 빠져라! 는 무슨, 대담한 놈의 행동에 오히려 저가 김독자에게 탕후루마냥 녹진히 빠져들 것만 같았다. 그대로 단단히 굳어버리기도 전에 다시 뜨듯한 설탕물에 빠트리듯 매번.
어스름 진 너머에 새삼 바닥이 차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를 정리한 이들의 빈자리가 수두룩했다. 꽤 오래 자리한 것 같았으나 김독자는 쉬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독자는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몰랐지. 김독자의 성향을 그제야 되짚은 유중혁이 김독자의 등을 토닥였다. 뒤척이다 그대로 다시 잠든 듯 김독자는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건지 유중혁은 그 위로 제 외투를 덮어두곤 물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이제 가야하지 않겠나, 김독자. 토닥이다가 만 유중혁의 큰 손이 김독자의 뺨에 닿았다. 뒤척이는 기색 하나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김독자의 살랑이는 머릿결 한 번 쓸어주고, 콧잔등과 눈매, 뺨… 사랑스럽기도 그지없지. 이렇게 흐드러지는 벚꽃보다 널 사랑해. 삐죽이는 입술, 문득 크게 뜬 눈까지. 유중혁은 잠든 김독자의 이마 위 제 이마를 맞대고 잠시 눈 감고 있다 몸을 일으켰다. 쓸데없는 감상이었다.
캄캄한 어둠에 유중혁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방 안에 잔뜩 싸 온 샌드위치도, 음료도, 준비한 멘트도 그 무엇도 김독자에게 건네지 못했다-물론 샌드위치 하나는 맛나게 먹긴 했지만 그보다도 많은 양이 유중혁의 가방에 쌓여 있다-. 유중혁은 미동도 않는 김독자에 자신의 감정을 내려놓기로 했다. 서늘한 공기와 내려앉는 벚꽃처럼 유중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김독자의 등을 팍 때렸다. 일어나라, 김독자.
“악!”
몸을 파드득 떨며 엄살 가득히 몸을 튕긴 김독자가 급히 몸을 일으키려다 휘청 넘어졌다. 김독자를 받친 유중혁이 김독자를 제대로 세운 후 외투를 입곤 돗자리를 정리한다.
“가도록 하지. 시간이 너무 지났다.”
우당탕탕 엉터리 김독자 꼬시기, 부제로는 멍청한 김독자, 가랑비 젖듯 유중혁의 매력에 푹 빠져라! 작전은 오늘 실패했지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터였다. 물론 유중혁의 마음을 들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김독자의 사랑스러움을 견디지 못한 유중혁의 마음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랐지만 일단 유중혁은 마음을 곱게 제 심장서부터 혈까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입안으로 집어넣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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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수영!!! 한수영, 한수영!!”
“드디어 걔 너한테 고백했냐? 시발, 문제 하나 풀렸네. 너 뭐라고 대답했냐?”
“시발 무슨 고백은 고백이야, 오늘부터 1일은커녕 걔 나 일어나려고 할 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우당탕탕 뭐시기 그거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냐?”
“너 유중혁 그만 좀 괴롭혀라. 그러는 거 지겹지도 않냐, 애 불쌍하게.”
“귀엽잖아. 그리고 니가 먼저 말했다? 알지?”
“야, 내 뒤에 유중혁 있다.”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독자, 내일 보지. 한수영, 너도. (아니 이거 잠시만 유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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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한수영. 유중혁이 너무 잘생겼다.”
뜬금없이 김독자가 한수영에게 말을 걸어왔다. 왜 쟤 자리는 창가여서 저렇게 우수 깊은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냔 말이야. 사람 설레게! 김독자가 책상에 볼을 붙이며 중얼거렸다. 조각미남이야, 조각미남. 정말로 너무 잘생겼다.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손가락을 잡아낸 한수영이 장난스레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너, 연기 잘하냐?”
나한테 좋은 생각 있는데. 천천히 눈을 맞춘 둘의 눈매가 살풋 접혀졌다.